[#1] 데미안 - 헤르만 헤세 Book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전영애 역, 민음사

집중해서 읽기가 너무 힘들었던 책. 고등학생 이후로 장르소설 위주로 읽기 시작했더니 가볍고 자극적인 텍스트에만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학교 들어와서 무거운 텍스트를 집중해서 읽는게 점점 힘들어져 간다는 걸 깨닫고 작년부터 틈틈이 책을 사서 읽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졸업 요건인 독서 노트도 스스로 채워볼 겸 해서.

그런데 독후감(?) 이란걸 쓰기엔 써 본지 너무 오래 된 것 같아서... 간단한 줄거리와 느낌을 위주로 남겨야겠다. 이것조차도 일이 되버리면 하기 싫어서 안할 것 같아...


주인공인 싱클레어의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풀어낸 책. 책 전반에서 싱클레어의 삶과 자아성찰에 대단한 영향을 끼치는 막스 데미안의 존재가 대단하다. 초반에 싱클레어는 자신의 유년의 삶의 '밝음'을 잃어가는 과정을 대단히 죄스럽고 고통스럽게 여겼으며, 막스 데미안의 영향을 받는 것조차 꺼려했었다. 싱클레어가 다른 도시의 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그는 정신적으로 방황하면서 각종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술에 취해 사는 등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삶을 산다. 하지만 자신만의 베아트리체를 만들어 내면서 그것을 이겨내고, 피스토리우스를 만나면서 한층 더 성장하게 된다.

대학 진학 후 막스 데미안을 다시 조우하게 되고, 오래동안 갈망해 왔던 데미안의 꿈의 현실인 에바 부인을 만나게 된다. 전쟁이 터져 차출되기 전까지, 그는 데미안과 에바 부인과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내면을 채워간다. 그리고 마침내 전쟁이 터진 후, 부상을 입은 그는 마지막으로 데미안을 만나게 되고, 에바 부인의 키스를 대신 전달 받으면서 마침내 데미안과 자신이 하나가 됨을 느낀다. 인도자였던 데미안과 완전히 '닮았다'라는 표현을 통해 싱클레어가 내면적으로 그와 일체가 되어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책 전반에서 각종 신화와 종교에 대한 상징적인 것들이 많이 나와 솔직히 조금 집중해서 한번에 읽히는 텍스트는 아니었다. 초반의 크로머와의 갈등과 유년기의 밝음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질서와 믿음 따위에서 혼란을 겪는 싱클레어의 모습은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베아트리체를 통해 내면적으로 안정을 얻는 과정이나 피스토리우스를 통한 성장은 읽기가 좀 힘들었다.


하지만 졸업을 앞둔 취준생인 나에게 한 가지 참 다가오는 문장이 있었는데, 피스토리우스와의 대화 중에 싱클레어의 독백 부분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진실한 직분이란 다만 한 가지였다. 즉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누구나 관심 가질 일은, 아무래도 좋은 운명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이며, 운명을 자신 속에서 완전히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내는 일이었다'


슬슬 나에게도 취업의 압박이 다가오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조급한 마음과 주변과의 비교로 인해 길을 잃고 초조하게 맴도는 기분이 요즘 참 많이 들었다. 우울하기도 하고, 학교 공부에도 전혀 손이 잡히지 않아 처참한 성적이 나오질 않나. 제대로 되어가는 것 하나 없는 기분이었다. 자기소개서의 공백이 그렇게 무서워 보일 수 없고, 나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 없이 무작정 남들 가는 길로 달려가곤 했었다. 하지만 이 문장들이 요즘 중심 없이 흔들리기만 하는 내 마음에 당분간은 지지대가 되어 주지 않을까 싶다. 내 페이스 대로, 그리고 눈앞의 결과를 보고 달려갈 것이 아니라 길게 보며 천천히 나만의 길로 나아가는 것. 항상 그렇게 살아야겠다고 노력하지만, 역시 생각처럼 사는 것은 쉽지가 않다.

후배의 추천으로 읽은 책이었는데, 취업을 앞둔 나같은 사람들이 읽어봐도 참 좋은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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